2015년 11월 26일 목요일

이천운은 검의 손잡이를 빙글 돌렸다.

앗!

이천운은 검의 손잡이를 빙글 돌렸다. 무감인은 검날을 향해 발을 날리는 형국이었다. 무감인은 급히 발을 멈추고 몸을 공중에 띄워 회전시키며 오른발로 이천운의 머리를 찼다.

이크!

이천운은 허리를 숙여 발을 피한 뒤, 왼손으로 무감인의 턱을 쳐올렸다. 그러자 무감인은 급히 고개를 뒤로 젖혀 주먹을 피하고, 오른발을 이천운의 정수리에 있는 백회혈(百會穴)을 향해 찍어내렸다. 이천운은 검을 머리위로 들어 무감인의 발을 막았다. 무감인이 계속 발을 내린다면 오히려 발이 잘릴 판이었다. 무감인은 발을 거둔 뒤, 왼쪽발끝으로 검신을 차고, 그 반동력을 이용해 뒤로 물러섰다. 이천운은 무감인의 발길질에 호구(虎口-엄지와 검지사이)가 찢어질 듯 아파왔다.
순식간에 몇차례 공수를 주고받은 뒤, 둘은 약간씩 뒤로 물러나 대치했다.

자네 제자가 예상외로 잘 버텨내는군.

이천운은 의기양양하게 이상한 웃음소리

이천운은 의기양양하게 이상한 웃음소리를 냈다. 복면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복면인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게 확연히 보였다.

저리 가라~! 다음 손님~!

이천운은 검을 거두고 말했다. 그리고 발로 차서 복면인을 동굴밖으로 밀어냈다.

젠장할~!

복면인의 모습을 본 양천화가 화가 나 고함을 질렀다.

넌 대체 누구냐?

양천화는 잠시 숨을 들이켜 이성을 찾고 이천운에게 물었다.

난 주인공이다!

자꾸 누가 주인공이란 건지....... 어쨌든 이천운은 의기양양하게 가슴을 피며 말했다.

2015년 11월 25일 수요일

잘 꾸며놨기

하고 잘 꾸며놨기 때문이다. 그녀의 정체에 대해 알려준 것은 아노인이었다. [반가운 분 아니오?] [예?] 가 어리둥절해하자 아노인은 크게 웃었다. [첩형을 찾아 용감무쌍하게 궁성으로 침입한 분이라오.] 는 그제야 미녀의 얼굴을 자세히 살폈다. '설마 방소저인가?' 는 그제야 저 미녀가 방취영임을 알아챘다. 그

주운 자의원의 공덕모

을 주운 자의원의 공덕모 의원도 달려와 사인이 무엇인지 확인해줬다. 사인은 패혈증이었다. 피를 그렇게도 좋아하던 주군은 나쁜 피를 마시고 결국 유명을 달리한 것이다. 건물의 지하에서는 피를 얻기 위해 참혹하게 해부된 시체가 두 구나 나와 가신들로 하여금 할말을 잊게 만들었다. 백성들이나 순천부에 이대로 진실을 알릴 수는 없었다. '사람의 생혈에 탐닉하다가 혈독(血毒)으로 죽었

2015년 11월 24일 화요일

문득 움막을 바라봤다

문득 움막을 바라봤다. 어두운 구멍 속에 텁텁한 공기가 가득했다. 문조차 없는 그 움막이 시선을 계속 잡아끌었다. 빈집이 있으면 들어가보고 싶은 게 개구쟁이들의 심리다. 오랜만에 피끓는 청춘으로 돌아간 누르하치는 진득한 호기심의 유혹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움막 안으로 한 걸음을 내딛었다. 약간 굳은 이끼가 밟히고 왠지 모를 소란스러움이 잠시 있었다. 아마

2015년 11월 20일 금요일

"쳇! 말은 잘해요

"그래도 이젠 건강하잖아. 그럼 된 거지 뭘 더 바라냐? 원래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를 잃어버려야 하는 거야. 감히 아버지께 반항이냐?"

"쳇! 말은 잘해요..... 가끔은 우리 아버지 아닌 거 같아. 우리 아빠 맞아요?

"그럼 내가 네 아비지 네 어미냐? 나도 자주 네가 아들이 아닌 거 같아."

말은 그렇게 했지만 둘은 생김새나 몸에서 풍기는 기풍이 비슷한 게 같은 핏줄이란 게 확실히 나타났다. 아마 멀리 떨어져 있어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누구에요?"

"누구냐니?"

"오늘도 작업 나가는 거 아니에요?"

말을 하는 동안 옷을 다 갈아입었는지 아버지라 불린 이무결은 침상으로 다가왔다. 백의를 입었는데 왠지 모를 기품이 느껴졌다.

2015년 11월 18일 수요일

수염을 쓰다듬었다. 차영괴는

수염을 쓰다듬었다. 차영괴는 목소리를 간교하게 바꿨다. 이런 정도의 변성은 그에게 쉬운 일이었다. [그때 전하께서 황군을 동원하여 순천부에 입성하시어 간신배와 환관무리들을 주살하신 뒤, 황제의 병기(病氣)를 핑계삼아 양위받으시면 그것이 바로 대명의 황통을 튼튼히 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순의왕 제는 생각만 해도 뿌듯한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야! 지금의 조정은 너무

2015년 11월 17일 화요일

좁은 분지에서 벌어진 이 싸움

좁은 분지에서 벌어진 이 싸움의 결과 즐거웠던 것은 녹림도와 온후량을 제외하면 금수(禽獸)들뿐이었다. 이 진절머리쳐지는 잔혹한 겨울, 초근목피로 연명하는 민초들 덕에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없는 대지는 간간이 쌓여 있는 흰눈과 벌건 흙만을 그 위에 얹어놓고 있었다. 산서(山西). 이 땅은 그 이름이 말해

2015년 11월 16일 월요일

소구는 정확한 기억력으로

소구는 정확한 기억력으로 그 안의 내용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그것은 온후량이 비밀리에 숨겨둔 세력에 관한 정보였다. [이 정도가 그가 사용할 수 있는 최후의 패입니다.] 이양흠은 설명이 끝나자 들고 있던 종이를 던졌다. 종이는 바닥으로 미끄러져 내려왔다. [내가 생각건대 그놈은 우리 결사를 배신할 놈이야.

2015년 11월 14일 토요일

민이 되고, 심지어 산간벽촌은 인육

민이 되고, 심지어 산간벽촌은 인육을 먹는 것이 당연시되던 시절. 무림인들의 결맹인 산서무림맹의 맹주 산서 섬권 온후량은 많은 재물을 풀어 태원의 외곽에 사상 유례가 없는 크기의 대장원을 지었다. 황제가 거하시는 자금성보다는 작았지만 그 외에는 어디에 견줘도 뒤지지 않는 웅대한 규모의 장원이었고, 여기에 들어간 돈은 천문학적이어서 이 겨울 태원사람은 온후량이 모두 먹여 살린다는

2015년 11월 11일 수요일

다고도 할 수 없는 이상적인 시간이다

다고도 할 수 없는 이상적인 시간이다. 마침내 그녀는 마음을 잡고 진가구를 향해 성큼 발을 내딛었다. 그러나 방해자가 있었다. 카랑카랑한 웃음소리와 함께 허술한 복면의 일당이 나타났다. [멈춰라!] 당운혜는 그 허술한 복면의 안쪽에 감춰져 있는 본색을 단번에 간파해냈다. [주루의 백수건달들!] 당운혜의 비웃음 섞인 고함에 일당은 더 이상 정체를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불편하기만

2015년 11월 10일 화요일

성할 때 소림의 중 지조(

어박혀 농성할 때 소림의 중 지조(志操)와 담종(曇宗)이 무리를 이끌고 이들과 싸워 왕세충의 조카 인측(仁側)을 사로잡는 공훈을 세운다. 훗날 태종 이세민은 소림의 공을 치하하며 토지와 농기구의 은상을 내리

2015년 11월 9일 월요일

성(美聲)이었다. 그렇지만 왠지 모를 초조함이

성(美聲)이었다. 그렇지만 왠지 모를 초조함이 그 목소리에서 배어나왔다. [어째서 이렇게 포모산과 같은 상황일까?] 나직하게 탄식하는 젊은 사내의 목소리가 그 뒤를 이었다. '포모산?' 홍기대사는 문득 정신을

2015년 11월 6일 금요일

던 안면은 탈색되어 백짓장처럼 하얗게 변했고,

던 안면은 탈색되어 백짓장처럼 하얗게 변했고, 강철처럼 견고하게 움켜쥐었던 주먹은 힘이 빠져 축 늘어졌다. 그리고 입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비명이 흘러나왔다. [흐윽!] 제자들의 참혹한 시신과 그 동안 자신의 손아래 운명을 달리한 녹림도들의 겁에 질린 얼굴이 동시